가상 공간을 부유하는 쓰레기

2020. 3. 24. 19:02잡담

 

 

 

평소에 좋아하는 색을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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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중 정신이 번쩍 드는 시간대가 있다. 베란다 유리창을 뚫고 잘 익은 주황색 빛이 들어와 왼쪽 볼 마디를 때린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 시계의 눈금 사이마다 할 일들을 뻑뻑하게 채우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저문다. 그렇게 해가 나와 눈높이를 맞추는 시간이, 내가 나를 유일하게 자각하는 때이다. 아직은 파아란 하늘. 공(空)한 마음으로 파란 하늘과 밝은 주황빛을 꽤 오랜 시간 동안 감상한다. 이 둘은 액자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항상 나와 영감의 시간대를 함께 하는 색이다. 파랑과 주황이 만들어 내는 여러 색의 향연, 이들을 감상하는 시간이 지나면 나는 의욕을 얻어 내게 주어진 할 일을 이어나가곤 한다.

 

 문득 창문 너머 보게 된 파랑과 주황의 하늘빛은 다른 공간에서도 계속해서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두 색은 해 질 녘의 어스름뿐만 아니라, 사그라드는 불꽃 속에서도 볼 수 있었다. 발갛게 타올랐던 불꽃은 그 크기가 점점 줄어 이내 푸르스름한 빛을 낸다. 숨죽이는 어린 불씨. 져 가는 모든 것들은 아름답다. 변해가는 찰나의 순간, 파랑과 주황은 서로를 빛낸다. 반짝이는 이들에게서는 무슨 불굴의 의지 같은 것들이 보인다. 마침내 색이 섞여 어둠이 되면, 불은 완전히 숨이 죽는다.

 

 파랑과 주황의 조합은 그 어떤 색들 가운데서도 가장 빛이 난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다. 그래서인지 마치 나에게만 도착하는 빛의 선물인 양 착각이 든다. 각막이 받은 추상의 선물은 곧장 뇌로 들어와 나에게 반짝이는 영감이 되어주었다. 이어 내가 아끼는 이 두 색의 심상이, 곧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이고, 결국 내가 되고 싶은 무엇임을 나는 생각한다. 번뜩이는 찰나의 영감이고 싶다. 반짝이는 사람. 마지막까지 신념을 남기는 사람. 서로를 빛내며 빛나는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 다시 정신이 들고, 나는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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