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글거림, 아카이빙에 관하여.

2019. 1. 3. 03:23잡담

 

 

오글거림, 아카이빙에 관하여.

 

 

<코코>를 보고 죽음에 대한 내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쓴 적이 있었는데, 그 글을 보고 싶어 찾던 중
몇 달 전에 지운 것을 깨닫고 아쉬워했던 적이 있다. 지난 날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던 것을 쭉 보며 자체 검열을 실시했던 것이다.
인스타그래머들을 모두 컨텐츠 제작자라고 본다면 내 컨텐츠들은 그다지 소비하고 싶지 않은 류의 것들이 분명하다,
이런 생각을 하며 지웠을 것이다.
과제파일은 백업해도 일기는 백업하지 않는데, 몇 달 전 썼던 그 찰나의 생각의 기록은 결국 다시 볼 수 없었다.

 

카카오톡을 제외하고 내가 유일하게 자주 사용했던 SNS는 인스타그램이다. 군더더기 없는 ui덕에 그나마 오래 쓸 만했다.
팔로워가 없을 때에는 사진일기용으로 요긴하게 사용했다. 쓴 글을 다시 읽을 사람은 오직 몇 달 뒤의 내 자신뿐이라,
야심한 시각에 쓴 글만 아니라면 볼 만했다.
시간이 지난 후 친구들이 하나 둘 씩 팔로우를 하다보니, 아무래도 인스타는 진지함과는 거리가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적은 수의 팔로워들이지만 그들의 피드에 유쾌하지 않은 나의 글과 사진들이 올라가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았다.
인스타그램은 쓰기에 간편해 선택한 플랫폼이지만, 아카이빙용으로는 이제 더욱 독립된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옮겨 온 곳이 블로그다. 블로그는 진입 장벽이 한 단계 높다.
나에게 특별한 관심이 있지 않는 한 남들은 접속할 일이 없기 때문.
내가 올린 잡다한 것들이 다수의 피드에 무차별적으로 올라가는 것을 더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저 내 자신이 자체검열을 통해 지난 글들을 삭제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기록은 평생의 과업이다. 누구나 기록한다. 원시인들도 벽화를 그렸다.
사진, 글, 영상 등 어느 것을 선택하든 본인이 좋고, 꾸준하게 할 수 있으면 뭐든 좋다고 생각한다.
22년 정도면 충분하다-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는 잘 몰라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대강 아니,
간보기는 그만하고 쌓아 올릴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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