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의 기록

2019. 1. 3. 04:33잡담

 

 

 

 


오랜만에 밖으로 나갔다. 사실 오랜만은 아니고 당장 어제도 과외(..)를 받으러 나가긴 했다. 그럼에도 외출할 이유가 적은 겨울에는 외출 자체에 집착하게 된다.
외출하지 않는 요 며칠 간의 시간들은, 시간을 잊고 작업에 몰두하기에 좋았다. 밤낮이 바뀐 신체리듬은 온 종일 집 안을 서성이는 가족 구성원(..)에 의해 방해 받는 것을 피할 수 있게 해주었다.
낮에 활동하고, 밤에는 자는 것이 모두가 권장하는 바른 생활이지만, 낮에는 너저분히 널린 옷가지들과 종이 뭉치들이 가득한 내 주변이 먼저 눈에 들어와 주의가 산만해지기 때문에,
나는 밤이 좋다. (청소하기 귀찮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더욱이 휴학하겠다고 여기저기 떠벌린 마당에 나는 인생을 상대로 무슨 계획을 세울 것인가.
잊고 있던 것들을 하나 둘씩 떠올려 본다. 초등학생 때의 내가 상상한 지금의 나, 중학생 때의 내가 상상한 지금의 나, 그리고 고등학생 때의 내가 상상한 지금의 내 모습을 기억해 낸다.
초등학생의 내가 상상했던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
중학생 때의 나는 내가 지금 쯤이면 완전한 독립을 이루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내 통장 잔고는 두 계좌를 모두 더해도 31842원이다.
고등학생 때 상상한 대학생 조현서의 능력치는 지금에 꽤나 근접하다. 고등학생 때의 나는 디자인 툴을 다루지 못해 모든 것을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표현했다. 포토샵으로 합성을 하지 못해 유화로 표현하는 것이 더 쉽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지금은 아쉽게도 모사 능력은 녹슬었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그럭저럭 표현할 툴 스킬은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부족하다)

 

고등학생 때 쓰던 드로잉 노트를 뒤적이다 맨 앞장에, 대학생이 된 나의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를 보았다.
큰 눈에 갸름한 얼굴, 긴 파마 머리 그리고 군 살 없이 마른 다리.
아무 근거없이 내 자신이 이렇게 환골탈태했다면 인생이란 참으로 재미없는 것이다.
한 해가 다르게 예뻐질 것이라 생각했던 내 얼굴은 하루가 다르게 옆으로 퍼져만 갔다.
노력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고, 지금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이어트다. 우선 5키로만 빼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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