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로그] 짐 싸기

2019. 2. 28. 01:12잡담

 

 

 

개인적으로 여행 때 꼭 필요했던 것들.

 

1. 기내용 수분 및 세안 크림

- 기내는 매우 건조하다. 특히 경유할 때, 이미 캐리어를 위탁한 상황이라면 더욱이 내 수분크림을 찾을 수 없다. 이럴 때 따로 덜어간 수분크림과 세안크림이 있으면 기내와 공항의 건조함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다. 100ml 이내의 용량으로 나오는 크림들이 많긴 하지만, 나라마다 규정이 다른 경우 주의해야 한다. 그보다는 넉넉하게 50~30ml 이내로 작은 공병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특히 런던의 경우 기내 소지품 규정이 빡세서, 액체와 크림류의 소지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모든 화장품과 액체류를 공항 내 검색대에서 제공하는 자그마한 한 개의 지퍼백에 모아 담을 수 있어야한다.

 

2. 손톱깎이

- 손이 많이 튼다. 특히 샤워하고 나면 살이 손가락 주변의 살이 터서 정리해주지 않으면 나중에 아프다.

 

3. 충분한 양의 세안용품

- 공병에 덜어갔는데 양이 부족했는지 중간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가까운 마트나 드럭스토어에서 제품을 추가로 구매할 수 있기는 하지만, 돈이 부담되거나 꼭 써야하는 나만의 세안용품이 있다면, 집에서 넉넉한 양을 준비해 오는 것이 좋다.

 

4. 물티슈

- 같이 다니는 여행원들이 있을 경우 특히 유용하다. 분명 물티슈가 필요한 순간들이 많을 것이다. 음식물부터 자잘한 액체류를 흘리는 일이 잦다. 멀리 온 여행이라 적은 수의 옷가지들만을 갖고 왔을 텐데, 그런 옷에 무언가를 흘리고 자국을 남긴다면 너무 슬플 것이다.

 

 

5. 여분의 지퍼백과 봉투들

- 빨래거리를 구분할 때 유용하다. 여행에 와서 고전을 겪는 게 세탁물과 일반 옷들을 구별하는 일이다. 잘 나누어놓지 않으면 새 옷에도 악취가 베기 일수다.

 

6. 섬유향수 및 탈취제

- 이거 정말 유용하다. 여행 내내 냄새 때문에 고생하는데, 탈취제를 가져가서 수시로 뿌려대면 그나마 낫다. 항상 옷가지들을 상쾌한 상태로 관리할 수는 없기에, 냄새 자극이 덜한 탈취제나 섬유향수를 준비해가는 것이 가성비가 좋다. 탈취제 하나로 여행의 질이 극도로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추가로 발냄새 제거제도 좋다. 나는 런던 근처 러쉬에서 풋 케어 파우더를 구매해 사용했다.

 

 

7. 약간 넉넉한 사이즈의 운동화

- 오래 걷기 때문에 발이 붓는다. 아무리 평소에 편하게 신던 신발이라도 발이 부으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통풍이 잘되고 편한, 살짝은 넉넉한 사이즈의 신발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만약 현지에서 의류 및 잡화 구매 계획이 많다면, 신발은 굳이 한 켤레 이상 준비해가지 않고, 여행하며 사는 것을 추천한다. 신발은 부피 차지가 크기 때문이다.

 

8. 휴대용 스탠드 거울

- 여행원들끼리 숙소를 공유하며 생활하다보면, 화장실 사용에 제약이 있어 외출준비에 다소 차질이 생길 때가 많다. 만일 내가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람이라면, 세워놓고 볼 수 있는 작은 거울을 준비하자.

 

9. 우산

- 런던의 경우 비가 잦아 우산이 필요한 날이 있었다. 굳이 우산을 사는 데에 돈을 추가로 쓰지 말고, 집에서 작은 양산을 가져오는 것이 좋다.

 

 

10. 목도리

- 아무리 유럽이지만 날씨는 춥다. 하지만 옷이 두꺼우면 몸도 무거워진다. 하지만 목도리가 있다면 옷을 다소 얇게 입었다하더라도 최소한의 체온을 지킬 수 있다. 반대로 옷을 아무리 두껍게 입었다한들 목 부분이 휑하면 다음날 바로 감기다.

 

11. 작은 전기방석

- ‘감기하니까 생각난 것은 내가 가져갔던 작은 전기방석이다. 엄마가 유럽은 춥다고 거대한 전기장판을 챙겨주었는데, 두 번 생각해도 짐이 될 것 같아 동네 잡화점에서 작은 일인용 전기방석을 구매해 챙겨갔다. 정말 필요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걸 깔고 잠으로써 감기도 면하고 꿀잠 잤다. 솔직히 이거 하나 깔고 자면 이불 없어도 안 춥다. 또한 여의치 않게(?) 런던 공항 바닥에서 노숙해야 했을 때도 (비록 전기 기능은 못 썼지만) 방석으로 깔고 앉아 찬 기운을 막았다. 얇아서 부피 차지도 없고 개꿀

 

12. 동전지갑

- 환전을 해간다면, 당연히 동전이 생긴다. 유로의 경우 동전 또한 큰 금액이다. (1유로가 한화 약 1264) 동전은 재환전이 어려우므로 현지에서 최대한 다 쓰고 오는 것이 좋다. 동전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동전지갑이 필요하다. 특히 여러 국가를 여행하는 경우 다양한 종류의 동전들이 생기므로, 이를 효율적으로 구분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보아야 한다.

 

13. 슬리퍼

- 슬리퍼는 유용한 아이템이 아닌 필수템이다. 유럽의 실내는 맨발로 돌아다니기에 적합하지 않다.

 

 

가져갔지만 딱히 필요하지 않았던 것들.

 

1. 선글라스

- 그래도 햇살이 강렬하지 않을까, 여행지에서는 역시 선글라스지, 하며 주섬주섬 챙겨 넣었지만 여행하다보면 그런 자잘한 것들은 신경 쓸 틈이 없다. 열어보지도 않았음.

 

2. 보조배터리

- 이건 사람, 경우에 따라 다를 것 같긴 한데, 나의 경우 짐만 되었다.

 

3. 기내용 미니 가습기

- 지난 유럽 여행 때 오랜 시간 비행을 하며 피부가 건조해져 고통을 호소했던 것을 떠올려 작은 미니 가습기를 챙겨갔다. 하지만 귀찮아서 쓰지 못함. 외국 저가 항공사 비행기의 경우 옆과 앞사람 간의 공간이 매우 협소하여 가습기를 틀면 민폐가 됨. 그냥 공병에 덜어간 수분크림을 덧바르는 것을 추천한다.

 

3. 필요이상의 상의 및 불편한 치마

- 여행은 편한 것이 최고다. 조금 끼는 치마를 가져갔는데 여행 내내 트레이닝복 바지만 입었다. 세탁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니트류 2-3벌이면 잘 때도 여행할 때도 충분할 것 같다.

 

4. 많은 양의 화장품

- 외국에 나가면 이상하게 화장을 잘 하지 않게 된다. 특히나 오랜 시간 비행할 때 화장한 채로 있는 것은 피부에 치명적이라 완전한 맨얼굴로 있게 된다. 이번 여행 일정 자체가 밤낮을 가리지 않는 이동이 많아, 자연스레 화장은 안하게 되었다. 나의 경우 줄여간 화장품 파우치 자체가 짐이 되었다.

 

 

5. 노트북

- 노트북을 가져가면 해외에 있을 때도 급한 일을 처리할 수 있어 안심이 된다. 하지만 동시에 노트북을 분실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워낙에 모든 일을 노트북으로 처리하고, 적은 글이나 메모조차 노트북이 없으면 잘 쓰지 않게 되어, 노트북이 꽤나 유용하긴 했지만.. 사실 여행 짐을 더 줄이기를 바란다면 각종 충전기와 어댑터가 동반되는 노트북은 가져오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하지만 노트북이 있다면 여행지에서의 사진을 바로바로 옮기고, 밤에 짬짬이 글을 쓸 수 있어 좋을 수도 있다. 내 친구들은 노트북을 가져와서 수간신청 담아두기 함)

 

6. (기타) 롱패딩 (+,-)

- 나는 여행 내내 아이보리색 롱패딩을 입고 있었다. 워낙 추위를 많이 타서 별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롱패딩을 챙겨 갔다. 비록 하루지만 여행지에 모스크바도 있었고, 밤에도 많이 돌아다닐 계획이었기 때문에 롱패딩을 입었다. 모스크바에서의 경험만을 생각하면.. 롱패딩을 가져온 것이 천만다행이긴 하지만, 유럽에서는 짐 그 자체였다. 특히나 베를린의 낮은 완연한 봄 날씨였다. 조금 더 짧은 패딩이나 가벼운 경량 패딩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총평)

이번 여행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단연 이다. 캐리어를 가지고 이리저리 다니는 것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의 지하철은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없다. 계단을 마주할 때마다 캐리어를 어깨에 지고 오르내리기를 반복해야한다. 숙소가 2층이상일 경우 더욱 고통스럽다. 나중에는 그냥 두 눈 질끈 감고 오르내리긴 했다. 하지만.. 다음에 여행을 또 간다면 짐을 반으로 줄여 갈 것이다. 유럽의 도로는 대부분 돌바닥이다. 학교 안(홍익대학교)의 길바닥에서 하루 종일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느낌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캐리어를 가볍게 해 가지 않는다면 백팩을 추천. 나는 롱패딩을 입고 다녔기 때문에 백팩을 매도 패딩 솜 자체가 무게를 분산해주어 무게감을 거의 느끼지 못하였다. (사실 여행에서는 롱패딩 자체도 커다란 짐이다)

여행의 목적을 확실히 정하고 가는 것은 중요하다. 두루뭉술하게, ‘나는 최대한 저렴한 값에, 여러 나라를 경유하고, 여러 곳을 발로 직접 걸어보고, 옷도 예쁘게 입고, 사진도 예쁘게 찍고 싶어실현 불가능한 로망을 단 한 번의 여행에 때려 넣는 것은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다. 여행 가기 전이야 여행지에서의 모든 일은 환상이다. 하지만 막상 여행지에서의 날들이 길어지다 보면 모든 일들이 다 로망처럼 아름답지는 못할 것이다. 한국에서든, 파리에서든, 로마에서든, 삶은 삶이다. 여행지에 간다고 해서 뭐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진 않는다. 따라서 만일 경유를 많이 하고, ‘뚜벅이여행을 지향한다면 짐은 최대한 가벼워야할 것이다. 옷도 불편해선 안 된다. (사실 여행지에서는 편한 게 최고다.) 만일 여행지에서 찍는 사진에 집중하겠다고 하면 반대로 어느 정도 예쁜 옷들을 많이 챙겨가야 하므로.. 짐이 자연스레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은 편한 숙소에 묵고 경유지를 많이 줄이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이번에 나는 장기간 해외여행에 대한 감이 떨어진 채로 출발했는데, 그냥 어찌됐건 여행해보니 느끼는 건, 편한 게 최고라는 것이다. 화장도 한 날이 거의 없었고.. 옷도 매일 입던 옷 그대로.. 가져온 치마는 거의 입지도 않고 같은 트레이닝 복 바지만 번갈아가며 입었다. (숙소에서 잘못 빨아서 옷들이 전반적으로 줄어들어서 슬프다) 겉옷은 항상 롱패딩이었다. 코트를 가져오긴 했지만 런던 둘째 날에 입고 나가서 런던 추위에 호되게 당한 뒤 그대로 캐리어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하얀 롱패딩을 입고 다녔는데 돌아오는 날에는 거의 회빛이 되어 있었다. (마지막 날 모스크바에서의 폭설이 한 몫 톡톡히 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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